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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시의 윤리 2)_MICHAEL J. SANDEL
    카테고리 없음 2024. 3. 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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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서 있는 그 자리, 정말 당신의 능력 때문인가?"

     

     실제로 SAT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를 나타낸다. 더 부유한 집 학생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부자 부모는 자녀를 SAT 모의 응시 과정에만 넣는 것이 아니라, 사설 입시 카운슬러를 고용해 입시 스펙을 다듬어준다. 또한 무용, 음악 레슨을 받게 해주고 펜싱, 스쿼시, 골프, 테니스, 조정, 라크로스, 요트등의 엘리트 체육을 익히게 해준다. 대학 운동부에 뽑히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 봉사활동도 알선해준다.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이런 것들은 다 부유한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명문대 입합 자력을 따주기 위해 벌이는 '돈이 많이 드는 일들'이다. 

     학비 문제도 있다. 아주 소수의 부유한 대학들만 학비를 낼 여력이 되는지 따지지 않고 신입생을 받을 수 있다. 장학금을받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 있는 학생들은 그게 절실한 학생들에 비해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점을 따져 보면 아이비리그 대학생 삼분의 이 이상이 소득 상위 20퍼센트 이상 가정의 출신임은 놀랄 일이 아니다. 프린스턴과 예일에는 미국의 소득 하위 60퍼센트 출신 학생보다 상위 1퍼센트 출신 학생이 더 많다. 이 엄청난 입학 불평등은 일부 동문자녀 입학과 기여 입학제(뒷문) 때문이지만, 부잣집 학생들은 날개를 달고 정문으로 날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지적하며, 고등교육이 능력주의를 따르지 않음을 입증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입시 부정 스캔들은 더 넓고 깊이 퍼져 있는 불공정의 고약한 실마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 불공정이란 고등교육 시스템이 능력주의를 따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지만, 입시 부정 스캔들을 일반적 입시 과정에서의 일탈로 보는 사람들과 이미 대학 입시에 만연래 있던 현상의 극단적 예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람들의 추론에는 공통된 전제가 있다. 능력과 재능으로 대입이 이뤄져야지, 학생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다른 요인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그들 모두 '대입은 실력에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암묵적으로) 노력한 사람은 대입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혜택을 누릴 자격을 갖는다고도 보고 있다. 

     이 당연하다시피 한 견해가 옳다면, 능력주의 문제는 원칙 자체보다 그 원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정치 갈등이 그 점을 나타내준다. 우리 사회의 논쟁은 능력주의 자체를 따지지는 않고, 어떻게 그 원칙을 실현하느냐를 놓고 이뤄진다. 가령 보수주의자들은 인종이나 민족을 입학 고려 요소로 보는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능력주의적 입학제도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이러한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불공정을 시정하는 방법이며, 참된 능력주의는 특권층과 취약계층 사이의 출발선을 고르게 하는 조치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쟁은 능력주의의 문제가 더 뿌리 깊은 것일 수 있음을 돌아보지 않는다.  입시 부정 스캔들을 다시 살펴보자. 대중의 분노는 대체로 이 사건의 불법적인 면, 그리고 불공정에 대해 쏟아졌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러한 불법 행위를 부추긴 태도다. 그 스캔들의 배경에 도사리고 있던 것은 하나의 가정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가정, 즉 명문대 입시는 치열한 경쟁 대상이라는가정 말이다. 명사들과 사모펀드 거부들이 연루되어서만이 아니라, 그들이 돈으로 얻으려 했던 입학 자격은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선망의 대상이렀기에 그만큼 주목받은 것이다. 

     왜 그럴까? 명문대 입학은 왜 이처럼 치열해져서 특권층 부모들이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자녀들을 입학시키게끔 만든 것일까? 부정까지는 아니어도 수만 달러를 들여 사설 입시 컨설턴트를 쓰고 모의 입시를 통해 자녀의 입학 기회를 높이는 일, 자녀들의 고교 시절을 고급 교과과정 (Advanced Placement Classes) 이수하느라, 이력서 잘 꾸미느라, 온갖 과외 활동의 부담을 지느라 인고의 시기로 만드는 일이 왜 필요해졌을까?  명문대 입시가 과연 어쩌다가 이토록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어,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캐내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관련 뉴스가 헤드라인을 도배하는 한편 기소에서 판결까지 몇 개월 동안 내내 주요 이슈가 되었던 것일까?

     입시 문제에 사회가 목을 매는 현상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점점 불평등이 늘어난 데서 기원한다. 누가 어디에 발을 들여놓느냐에 의해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이 결정되는 세상이다. 가장 부유한 10퍼센트가 나머지의 몫을 빼앗아감에 따라, 명문대에 들어갈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더 커졌다. 50년 전, 대학 입학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않았다.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미국인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도 되지 않았고, 진학자들도 대체로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선호했다. 오늘날에 비하면 대학 서열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평들이 늘어나면서, 또한 학사 학위 소지자와 비소지자 사이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느냐 역시 중요해졌다. 오늘날 학생들은 너도 나도 소수의 주요 대학들만 선호한다. 부모의 행동방식 역시 달라졌다.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소득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인생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그럼 두려움을 피하고자 부모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적극적으로 자녀의 삶에 개입하게 되었다. 그들의 시간 사용을 간섭하고, 학점을 관리하며, 활동을 지시하는 등 희망 대학의 입맛에 맞도록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및 간섭하는 부모의 태도는 느닷없이 나타난 게 아니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여유 있는 부모라면 그 자녀가 '적어도 중산층의 삶을 살았으면'하고 바라게 되는, 이해할 만한 정서의 결과물이다. 좋은 대학의 졸업장은 그동안 지내온 계층하고만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회계층의 경직성에 대한 최상의 대응책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는 특권층 부모들이 화들짝 놀라서 자녀의 명문대 입시에 새삼 신경을 쏟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적 불안이 전부는 아니다. 싱어의 고객들은 자녀가 사회적 하향선을 타지 않도록막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목적에서 지갑을 열었다. 그보다 덜 민감하지만 더 의미심장한 목적이었다. 자녀가 명문대 간판을 달도록 함으로써 그들은 '능력주의의 광채'를 두르려고 한 것이다. 

     


    평 : 계급이 지워진 사회에서 특정 특권층 계급사회가 말하는 능력이라는 이면에 대해 고찰할 내용의 전개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그 자리' '지금 서있는 자리' 그 곳은 본인 능력으로 만들어지 자리인가? 능력이라는 허울로 포장되어 만들어진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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